어이없는 실수로 표재성 화상 2도
살면서 화상을 여러 번 겪었지만 이번엔 내 평생 가장 큰 화상을 입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 해서 몸 전체 화상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고..
손바닥 전체와 다섯 손가락 맨 아래 한 마디씩이었다.
화상 사건 정리
화상의 원인
화상의 원인은 뜨겁게 달궈진 냄비 손잡이였다.
저녁 음식을 하는데.. 그날따라 데울 것도 많고 해서 가스레인지 4구를 다 사용했다.
프라이팬에서 볶음 요리를 했는데 그때 편수냄비의 손잡이가 프라이팬의 위쪽으로 향해있었는데..
그걸 자각하지 못하고 아무 생각 없이 잡은 것이다.
냄비 자체만 끓일 때는 손잡이 쪽으로까지 뜨거워질 일은 거의 없기에..
아무 생각 없이 잡았는데 정말 너무 뜨거웠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놀라면 움직이지 못한다 했던가..
앗 뜨거워하면서 놓을 거 같지만 바로 놓지 못했다.
마치 풀로 붙여놓은 것처럼 잡고 몇 초 있다 뗀 것 같다.
뜨거운 음식이 있어서 아무 데나 놓지도 못하고 가스레인지에 두고 흐르는 찬물에 손을 대고 있었는데..
손바닥 전체가 너무 따갑고 아팠다.
아이 저녁은 먹여야 해서 일단 밥 차리고 화상연고를 바른 뒤 비닐장갑을 끼고 밥을 먹는데 너무 아픈 게 아닌가 ㅠㅠ
그래서 밥 먹다 말고 저녁 시간이었음에도 화상전문병원을 알아보고 대구 푸른 병원으로 향했다.
네이버 지도
푸른병원
map.naver.com
날씨가 너무 추워서 핸들을 따뜻하게 하고 운전을 했는데 너무 따가웠다.
그런데 주차를 하고 야외를 걸어가는데 손이 안 아픈 게 아닌가?
뭐지? 내가 괜히 오버해서 병원 왔나? 이런 생각을 했는데..
병원 안에 들어가자마자 다시 따가운 걸 느끼면서..
화상은 차가우면 덜 아프고 따뜻하면 따갑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암튼 당직의사 선생님께 진료를 받았는데..
내 손이 전체적으로 너무 빨갛고 이미 수포도 올라오고 있어서 심한 화상인 것 같다며 내일 되면 더 심해지고 아플 것이다. 최소 화상 2도에 심한 편이라고 했다.
약을 바르고 습윤밴드를 붙이고 붕대를 칭칭 감아주시면서 내일 오전이 되면 농이 나와서 습윤밴드를 뚫고 줄줄 나올 수도 있다는 무서운 말씀을 하셨다.
오후보다는 오전에 나오는 게 좋겠다고 하시며 밤새 아플 수 있는데 진통제를 먹으라고 했다.
두려움에 떨면서 집으로 왔는데..
뭔가.. 점점 아파져야 하는데.. 덜 아파지는 게 아닌가?
따가운 것도 조금씩 적어지고.. 약은 안 먹어도 될 것 같아 먹지 않았다.
표재성 2도 화상
다음날 병원 진료를 가니 전날 의사분이 아닌 다른 분에게 진료를 봤는데..
상태를 살펴보더니 심한 편은 아니고 2도 화상이라 했다.
수포가 다 올라왔고 이건 나중에 터지고 살이 벗겨질 거라고 하셨다.
매일매일 병원에 와서 진료를 보라고 하셨는데..
다음 날은 그 병원 근처에 마라톤 대회를 해서 차를 가져갈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 뒤에는 바로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다.
그래서 가기가 힘들겠다 싶어 동네 병원이라도 가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루 안 간 사이에 습윤밴드와 붕대가 너무 더러워졌고.. 나도 화상 상처 진행이 어찌 되었는지..
궁금해서 다 벗겨서 확인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상태가 양호했다.
물집 잡힌 부분은 좀 크긴 했지만 많이 아프진 않았고 물집 누르면 아픈 정도의 불편함이었다.
[2도 화상]
피부의 진피층까지 손상된 상태인데 손상정도에 따라 표재성과 심재성으로 구분된다.
표재성 2도 화상은 진피층의 얇은 부분만 손상이 되어 피부가 붉어지고 물집이 생기고 2~3주 내에 흉터 없이 회복된다.
반면 심재성 2도 화상은 진피층의 싶은 부분까지 손상이 되어 감각신경의 손상을 받아 통증이 아예 없거나 적을 수 있고 회복이 느리며 흉터가 남을 가능성이 크다.
치료비용
접수할 때부터 비급여 치료 동의서에 서명하라고 하더니..연고 바르고 습윤밴드 붙여주고 붕대 감아주는 게 끝이었는데..첫날은 초진에 야간진료여서 그랬는지 79,000원이었고.. 둘째 날은 전날 붕대를 구매해서 그런지 40,000원 정도 들었다.
항상 병원에서 쓰는 돈 보다 내는 돈이 더 많아서 불만인 의료실비 보험이지만.. 이럴 때 돈 신경 안 쓰고 치료받을 수 있으니.. 역시 실비는 있어야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집 터뜨려도 될까?
물집 때문에 통증이 있어서 터뜨려도 될까 고민하다가 그때부터 화상 관련 동영상을 엄청 찾아봤다.
많은 화상 전문의들의 의견을 종합해 본 결과.. 이론적으로는 터뜨려도 된다 안된다 의견이 분분하나..
실제 진료에서는 진행 파악을 위해 대부분 터뜨린다였다.
단 반드시 깨끗이 소독된 환경이거나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터뜨릴 것.
소독솜과 1회용 바늘이 있어서 난 집에서 터뜨릴까 병원을 갈까 고민을 하다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대부분 흡수되고 물집이 없어졌다.
몸 안으로 흡수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는데.. 내가 그 경우였다.
아래 사진은 처음에는 너무 아파서 찍을 정신이 없었고 어느 정도 회복된 다음에 찍은 사진이다.
손바닥 위쪽과 손가락 맨 아래 마디는 며칠 만에 회복되었고 손바닥 아래쪽에 지름 2~4cm 정도 되는 화상 부위는 색이 변했다가 화상 입었던 살이 벗겨지니 새살이 돋아나고 있다.
화상 물집 터진 후 피부 벗겨내도 될까?
물집 터진 후 피부를 벗겨내도 되는지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을 정리해 본 바 피부가 간질간질할 때가 벗겨낼 수 있는 때이다. 물론 병원에선 권장하진 않는다. 아주 심하지 않은 화상의 경우에 물집이 터지고 나면 살이 너덜너덜(?)해지는데 그걸 안 벗기고 참아 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살짝 벗겨봤을 때 피부색이 붉은색이면 좋다고 한다.
물집 터지면 상한 피부는 벗겨지고 새살이 돋아나는데 2주가 다되어가는 현재도 아직 빨갛게 흔적이 남아있다.
언제쯤 없어질는지는 모르겠다.
더 이상 따갑지 않고 손을 꽁꽁 안 싸매도 된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하필 오른손이라 불편한 점이 너무 많았다. 사람은 아파봐야 건강한 몸이 얼마나 감사한지 안다는데 나도 딱 그 경우다.
화상전문병원에 갔을 때 붕대로 머리를 감은 사람, 휠체어에 앉아가는 사람들을 봤는데..
그걸 보면서도 난 이 정도라 정말 다행이구나 생각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가야겠다.
'일상, 육아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권 재발급, 여권 만들기, 대구 북구청 (5) | 2025.02.20 |
---|---|
대구 동촌유원지 신상 대형 베이커리 카페 '해월당' (4) | 2024.12.19 |
[맛집 리뷰] 대구 북구 분식, 떡마왕, 떡강정, 닭강정, 떡볶이 (4) | 2024.11.28 |
21일의 법칙. 오블완 챌린지가 21일인 이유 (3) | 2024.11.27 |
생각은 내가 하고 행동은 뇌가 한다. '부의 역설' 중간 리뷰 (26) | 2024.11.20 |
댓글